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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리 가는 물 / 도종환
어떤 강물이든 처음엔 맑은 마음
가벼운 걸음으로 산골짝을 나선다
사람 사는 세상을 향해 가는
물줄기는 그러나
세상 속을 지나면서
흐린 손으로 옆에 서는
물과도 만나야 한다
이미 더렵혀진 물이나
썩을 대로 썩은 물과도 만나야 한다
이 세상 그런
여러 물과 만나며
그만 거기
멈추어 버리는 물은 얼마나 많은가
제 몸도 버리고 마음도 삭은 채
길을 잃은 물들은 얼마나 많은가
그러나
다시 제 모습으로
돌아오는 물을 보라
흐린 것들까지 흐리지 않게
만들어 데리고 가는
물을 보라
결국 다시 맑아지며
먼 길을
가지 않는가
때 묻은
많은 것들과 함께
섞여 흐르지만
본래의 제 심성을 다
이지러뜨리지 않으며
제 얼굴 제 마음을
잃지 않으며
멀리 가는
물이 있지 않는가
* 시집 『사람의 마을에 꽃이 진다』 중에서 *
어떤 강물이든 처음엔 맑은 마음
가벼운 걸음으로 산골짝을 나선다
사람 사는 세상을 향해 가는
물줄기는 그러나
세상 속을 지나면서
흐린 손으로 옆에 서는
물과도 만나야 한다
이미 더렵혀진 물이나
썩을 대로 썩은 물과도 만나야 한다
이 세상 그런
여러 물과 만나며
그만 거기
멈추어 버리는 물은 얼마나 많은가
제 몸도 버리고 마음도 삭은 채
길을 잃은 물들은 얼마나 많은가
그러나
돌아오는 물을 보라
흐린 것들까지 흐리지 않게
만들어 데리고 가는
물을 보라
결국 다시 맑아지며
먼 길을
가지 않는가
때 묻은
많은 것들과 함께
섞여 흐르지만
본래의 제 심성을 다
이지러뜨리지 않으며
제 얼굴 제 마음을
잃지 않으며
멀리 가는
물이 있지 않는가
* 시집 『사람의 마을에 꽃이 진다』 중에서 *
2011.07.03 20:14:15 (*.213.92.100)
저도 시 한 수 올립니다. 에~, 자작시입니다. 한 때 글 좀 썼습니다요.
폭포
1992.10.23 박영기
무방비 상태로 떠밀리니
얼마나 황당하겠냐?
발가벗겨 옥상에서 떠밀리면
나도 너처럼 소리를 지를 것을.
배신감에 네가 열 올릴수록
장엄하다고,시원스럽다고...
네 옆에서 보낸 밤을
큰소리로 노여워 했던 게 그 이유에서였나?
네가 아무리 허연 거품으로 까무러쳐도
수습하여 흘러감이 나를 알 듯 보이고
물안개로 스러지는 애달픈 일부까지
계곡의 벽 축이며 흐를 곳을 찾음에.
그래,
점점 고요해지는 큰 물이 되어
어머니 바다로 가서 눈감았다가
아버지 태양의 정열로 이젠
다시 태어나거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