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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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왠만하면 산행을 해야겠다고 마음을 먹고, 몇차례 산행을 재학생들과 가졌습니다. 예전같이 않아서 주로 walking을 하다가 만나서 함께 내려오곤 했습니다.
원래는 season off여서 야영을 들어갈려고 했는데, 여의치 않아서 당일 산행을 하게되었습니다.
도봉산 입구에서 한발 두발 걸어서 예전에 우리가 캠프사이트로 이용하던 푸른샘까지 왔습니다.
출발전에 재학생 범석이에게 사이트에서 출발하기전에 연락해 달라고 했는데, 아직까지 소식이 없어서 푸른샘에서 통화를 시도했는데, 예상되로 불통이었습니다.
오늘도 헤메겠구나! 하면서, 석굴암 아래를 지나가는데, 저 아래 재학생들이 지나가는 것이 보입니다.
수영-범석-일호-우영-혜신 이렇게 다섯명이었습니다.
안도의 한숨을 쉬며, 얘기를 나누는데, 주봉 K 크랙을 하기 위해 출발한다고 합니다.
주봉 K 크랙! 음!
잠시 걸어서 주봉 K 크랙 스타트 지점 도착. 탑을 서는 범석이 장비를 챙기고 올라갑니다.
4-5m 정도 높이의 하단벽을 범석이 좀 어렵게 올라갑니다. 다음으로 내가 버궁버궁거리면서 올라간 후, 주위한번 둘러보고 하강.
우이암 방면으로 혼자 한시간 정도 walking을 하고 다시 주봉으로 귀환해서 보니,
재학생들은 모두 하단벽을 올라가 있는데, 탑인 범석이 좌측 턱바위를 넘어가질 못하고 있습니다.
사실 좀 객적은 얘기지만, 최근엔 턱바위를 넘지 못한 경우가 왕왕 있었습니다.
YB 캡틴인 수영이에게 넌지시 이제 내려갈까 라고 했는데, 들려오는 대답은 명쾌합니다.
" 올라가야죠."
상황 종료! 상전이(phase transfer)가 일어납니다.
버벅되는 범석을 대신해 우영- 두번이나 간들간들한 상황을 돌파하고, 세번째 간신히 두 발을 공중에 버둥거리며, 턱바위를 넘어갑니다.
이젠 다시 범석이 K 크랙 스타트에서 다시 톱을 섭니다.
쨈밍을 하라고 하라고 말해도, 설치해 놓은 캠롯의 잡고 매달려 있습니다.
캠롯을 놓고, 자신의 손발로 쨈밍을 해야만 올라갈 수 있지만, 톱인 범석은 이거 놓아버리는 순간 바로 바닥에 떨어질 것 같고.
계속되는 처절함 속에서 드디어 쨈밍을 하고, 크랙을 비벼되며 올라갑니다.
끝내 올라가서, 주봉 바위 정수리에서 느꼈을 불어오는 바람은 어떠했을까 생각해봅니다.
우영은 턱바위에서 까불다가 두번 급전직하 하는 황당 시츄에이션을 연출했고,
캡틴 수영은 후덕한 범석의 텐션에 의지해 하늘로 치솟는 종달새마냥 K 크랙을 등반합니다.
대장 한마디에 두 오래비 - 범석, 우영-의 희생을 딛고 주봉 season off는 마무리되었고,
저는 K-크랙은 함께 하지 못했지만, 오랜만에 계속 여운을 남기는 좋은 산행을 하게 되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