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4시에 기상. 산행준비를 마치고 세천형을  5시에 픽업했다.  경운(경제15)과 합류하기 위해

서강대로 가다. 5시 30분에 출발하여 중간에 식사하고 8시 30분 진고개 휴게소에서 형수형,해양형,

희성형을 만났다.

  대강의 코스와 시간을 의논하고, 산길샘에서 지도를 다운 받느라 시간을 소비했다. 예상치 못한

국립공원관리공단 직원들이 나타나 입산을 막는다. 전날 태풍으로 인한 길 정비가 이유란다.  

 코스를 변경하여 전우재부터 시작하기로 했다. 9시 30분 출발..

 

 평탄한 능선, 살살 부는 바람 쾌적한 산행이다. 가끔씩 보이는 소나무는 수백년의 자태를 뽑낸다.

동대산으로 바로 가는 코스보다 1시간 이상 더 걸리고 출발 시간도 1시간이 늦어 약간 걱정이 된다.

모두 경험이 많은 형들이고 재학생도 네팔 트레킹 경험도 있어서 멤버는 최강이다. 중간에 간단한

점심, 새로이 준비한 현미국수는 국물이 시원한게 일품이다. 차돌바위를 지나 두로봉에 4시경 도착.

아무 생각없이 우측능선으로 진입... 오늘의 제일 큰 실수를 범한다. 10분 정도 지나 잘못된 길인걸

알았으나 그냥 내려가기로 결정했다. 길이 너무 좋았고 다시 올라가는 것이 모두들 부담스러웠다.

 여러번 가본 길이라는 안이한 인식과 지도 나침판이 없는 상황에서 길도 없는 초행길을 선택한 내

자신의 결정에 후회가 되기 시작했다.

  길과 길이 아닌 곳의 체력 소모는 3배에서 7배 차이가 난다. 아는 길이라면 야간 산행도 할 수 있을거라

생각하고 과감히 백을 결정하다. 도중에 말굽버섯을 채취한 것으로 위안을 삼았다.

 내려온 시간에 비해 올라가는 길은 힘들다. 다들 약간씩 긴장한 분위기다. 

  두로봉에서 신배령까지는 1시간  30분 이상 걸린다. 7시 15분 경 신배령 도착하여 능선 상으로 꺽이는 길을 

찾았다. 많이 지쳐있고 시간도 부족하다. 여기서 최소한 2시간 이상 걸리는데 잘 찾아갈 수 있을까?

 곧 어두워져서 헤드랜턴을 켜고 걷는다. 일반인들이 다니지 않으면 한두해가 지나면 길은 급속히 없어진다.

특히 밤에는 수풀이 우거진 길을 찾기가 어렵다. 이런 상황을 예상하지 않아서 랜턴의 밝기도 시원치 않다.

머피의 법칙인가? 계속해서 악재가 겹치는 기분이다. 

 8시 지나서 능선 끝에서  길을 놓쳤다. 지금 생각하면 오른쪽으로 과감해 내려가야 하는데...어느 순간 자신이

없어지면서 길이 안보인다.

 드디어 형수형의 야성이 폭발한다. 내가 생각하기에  길도 아닌 급경사 지역을 이 야밤에 날라 내려간다. 


"형 너무 위험합니다. 비박 하시죠?"

"이 정도는 가면 길이야, 내려 가자."


  같은 길을 인식하는 정도가 다르다. 위험에 대한 반응도 수준이 다르다.

  하지만 적어도 이 산행은 내가 주요 결정을 해야 한다. 그것이 비록 틀리거나 합리적인 선택이 아니라도

어느 순간   결정은 해야한다.

  적당한 사이트를 찾고 물을 찾았다. 다행히 길을 헤매면서 물을 봐둔 것이 도움이 되었다.

식량을 점검하고 비박 장비도 챙겼다. 다행히 경운이가 침낭과 침낭커버, 매트리스를 갖고 와서 큰 도움이

되었다. 형수형은 불을 피우고 경운이는 간단한 저녁을 준비했다. 다행히 행동식도 충분하고 물도 있고

잠을 잘 도구도 있다. 힘든 비박이 낭만적인 야영으로 바뀌는 순간이다.

  판초 하나로 버틴 재학생만 고생하고 나를 포함한 선배들은 비교적 편안한 밤을 보냈다.

바람이 능선을 타고 오는 소리는 내가 춥지 않으면 낭만의 소리다. 하지만 노출 되어 있는 상황이라면

바람은 두렵다.

  멋지게 뻗은 금강송 사이로 간간히 보이는 달은 온갖 상념의 세계로 빠져든다.

오늘 하루를 되짚어 보느라 잠이 안온다. 내일 걱정도 된다. 길을 잃어본 경험이 적어서 그 이후 수습에도

자신이 없다.

  새벽 3시에 형수형이 일어나서 재학생에게 침낭 커버를 주신다. 역쒸....

잠시 눈을 붙이고 4시에 기상하여 간단한 식사를 하고 짐을 꾸렸지만 5시.. 

6시 30분 어제 길 잃은 곳으로 다시 올라가 다시 한번 길을 찾는다. 그 사이 형수형과 세천형은 능선 상의

희미한 길을 발견하여 계곡으로 곧장 치고 내려 간다. 40분 정도 계곡으로 내려가니 길이 보인다.

1시간 30분 정도 걸어서 길가에 차를 대고 기다리는 해양형을 만났다.  짧지만 긴 여정을 마무리..

잘 차려 주신 아침과 막거리.. 천국이 따로 없다. 

어려움은 지나가면 추억으로 남는다. 그 속에서 인간성과 야전성, 문제 해결력도 다 들어난다.

물론 준비성까지. 그런 면에서 난 운이 좋은 사람이다. 나만 잘 하면 선배 '때문에' 고생한 적은 없다.

선배 '덕분에' 위기를 돌파할 수 있었다.   

  함께한 형수형, 세천형 부족한 후배 말없이 믿어주어서 감사합니다.

 막강 후배 경운이 위험한 상황에서 조금의 불만도 없이 잘 따라 주어서 고마웠다.  

사족: 속마음은 모르지만..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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