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훈 형과 9시 10 도선사 입구를 출발하여 인수 대슬랩으로 발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오랜만에 찾은 인수의 풍경은 조금은 낯설기도 하고, 우이 산장과 인수 산장이 그 터만 남은 채 사라져 버린 것은 다소 의아했다.
늦지 않은 시간임에도 많은 사람들이 산을 오르고 있었고, 베낭에 달린 화이버나 자일을 봐야지만 등반가와 등산객을 구분할 수 있을 정도로 이제는 일반 등산객도 전문 산꾼 못지 않은 품새와 면모를 지니고 있는 것 같았다.

10시 조금 못돼, 대슬랩 밑에 도착.

누가 그랬던가, "산은 항상 거기에서 기다리고 있다"고.  기다려 주는 것은 맞지만,  너무 오랫동안 기다리게 하면 산도 상당히 화를 낼 수 있다는 것을.
대슬랩 부터 사정없이 몸을 밀어내는 데,  쉽게 걸어가던 곳에서 옴짝달삭 못하는 꼴이라니... ㅠㅠㅠ.
사실,  1년 넘게 오로지 근력 증대을 위한 파워트레이닝을 해서 근력은 오히려 전성기 때보다 더 좋아 졌고, 체력도 보완을 해서 자신이 있었는데, 긴 공백의 시간은 쉽게 메워지지 않는 가 봅니다.
내심, 오이지 슬랩에서 감을 찾고 의대길이나 궁형 크랙에서 몸을 풀리라는 계획은 물거품처럼 사라지고,  일단은 오아시스까지는 가자로 물러 설 수 밖에 없었다.

11시 20분 오아시스 도착.

사막에서 물을 찾은 기쁨이라고나 할까?
정훈형은 톱이 무색할 정도로 잘 오시니 역시 OB의 저력은 죽지 않았나 보다.
많은 팀들로 북적 거리기 까지 한 오아시스에서 기다리면서 간단히 점심을 하고, 우정 B로 출발.  궁형 크랙이 너무 이뻐 보였는 데, 욕심을 접고 가장 쉬운 길을 선택할 수 없는 아픔이란...

2시 20분 인수 정상에 서다.

우정B를 마치 거룡하 듯이 사투?를 벌이며 드디어 정상에서다.
아!  이게 얼마만인가?
정훈 형도 해냈다 하시며 궂이 기쁨을 감추지 않았다.  불혹을 훌쩍 넘긴 OB 둘이서 긴 공백을 메워가며 정상까지 온 것도 대단했고, 장비도 넉넉지 않은 상황에서 다소 무모할 수도 있는 등반을 안전하게 할 수 있었 던 것도 행운이 었다.

등반을 마친 많은 팀들이 준비해온 음식과 음료로 지친 몸을 달래는 모습은 마치 천상의 카페 같은 풍경이 었다. 아마 하늘과 가장 가까이 있는 카페라고나 할까.
특히, 미모의 미시가 건내준 얼음물은 영혼까지 시원하게 적셔주었다.

3시 20분 다시 인수 밑으로.

오르는 이가 많으니 하강은 줄을 서서 기다리는 풍경이 연출 됐다. 하지만 생각 보다 많이 기달리지 않았고, 오히려 다른 팀과 하강 자일을 공유하여 내려 오니 50m 자일로 단 한번에 하강이 완료 되었다.

하산길...
왜이리 배낭은 무거워 졌는지, 발목은 아프고, 어깨는 무겁고... 마치 1학년 첫 산행을 마친 것 같았다.
고향산천 밑의 선운산장에서 막걸리 한 사발 쭉 들이키다.
바로 이 맛이야!  감탄사가 절로 흘러 나왔다.
나름 산행 평가-대부분 자화자찬??-도 하고, 성문 형한데 전화에 자랑?도 좀 하고... 성문형은 왼쪽 발 부상이 회복 중인데, 재활 차원에서 설악에 갔다 생각보다 심해 하루만에 철수 했다고 아쉬움을 토로하기도 하고. 
음...
SAC OB의 저력이 살아 있음을 확인했다고나 할까.  끝까지 밀어부치는 생각보단 몸을 따르는 전통의 재발견이었다.

"SAC OB는 아직도 건재하다."


참석인원:
80 제정훈, 85 홍원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