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10월 17일 (지난주 토)  신새벽 낯선 폭우, 개이다가 잠깐 빗방울 후 문득 다시 푸른 하늘빛!

벗길 등반 - 윤상, 승준, 우영, 성문.

어제 저녁 후배들의 압박(?)에  새벽에 깨어나 배낭을 꾸리는데 난데없이
쏟아지는 폭우!  흐흐 음흉한 미소를 지으며 이부자리 속으로 다시 기어들어가
아내의 따뜻한 젖가슴을 탐 하려는 찰나. 다급히 울리는 전화벨? !
형님! 곧 집 앞입니다. 어서 나오시지요!! 
이런 미친 놈들 이 빗속에...      뭐 곧 갤거라나??

비온 후 숲속의 청량함이 온 몸의 구석구석 모공을 파고들고
낭낭한 인수암자의 독경소리 오늘 따라 더욱 청아하다.
어느새 인수봉의 상아빛 바위는 뽀송뽀송해진 듯 의외로 서너팀이 그녀의 속살을
어루만지고 있다.  오랜만에 벗길에 서 본다.

첫피치(5.10a)는 무난히 가볍게 올라 선다
두번째 피치(크럭스 5.10d?)의 까리한 페이스를 어렵사리 오르려는데 먹구름과 함께 언뜻 흩뿌리는 빗방울!
back할 요량으로 볼트에 자일 걸고 서둘러 스타트지점까지 하강했으나
어라?! 웬걸 한줄기 강한 바람에 떠밀려가는 먹구름 뒤로 날선 시퍼런 하늘빛. 
빌레이 하며 다시 힘겹게 오른다. 손톱 마다 선홍빛 꽃물을 들이면서...

날씨도 좋지않고 의외로 시간도 많이지나서 정상으로 넘어가지 않고  내려서는데 어느새 주위가 사뭇 어둡다.
뒤풀이 막걸리 함께 하며 옛 얘기로 한껏 기분좋은 취기를 느끼며 또 하루해가 저문다.   

무엇보다도 성문이의 귀환에 흐믓한 하루였다.




2009년 10월 24일 (토)     희뿌연 흐린 날씨와 쌀쌀한 가을 바람!

의대길 등반 - 원표, 승준,
취나드A 등반 - 윤상 과 연맹동기 2명.

승준의 픽업 덕분에 편히 도선사에 도착.
대학산악연맹 12기 동기들 7명과 산행 선약이 있어 바우에서 만나기로 하고 승준과 헤어짐.
날씨가 쌀쌀하다고 윈드스토퍼 벗어주는 따뜻한 승준.

연맹 동기 4명은 취나드B 를 등반하기로 하고 나는 건대 마라토너 세욱이 세종대 종국이와
취나드 A 로 향한다. 벗길 두 피치를 재등하고 취나드 에이코스로 밴드 트래바스할
생각을 했는데 벗길에 붙어 연습하는 팀들이 자리잡고 있어 바로 취나드 에이를 오른다.

왕년(^^!)을 생각하며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했으나 길은 옛 길이로되 우리는
그 때 그 사람이 아닌듯.. 슬립 먹을만한 곳이야 없었지만서도 여간 힘이 드는게
아니다. 나는 비교적 가벼운 종국이의 냅색을 바꿔 메어서 별로 부담이 없었지만
취나드 에이를 처음 등반한다는 세욱이와 라스트 종국이는 막걸리와 과일들 따위가 잔뜩
들어 앉은 무거운 어택을 메고 등반 했으니 40 미터 수직의 레이백이 대단한 도전이었을 터. 
별 무리없이 올랐지만 언제 그랬는지 복숭아뼈 자리에 셋 모두 핏자국 들이다.
취나드 에이의 마지막 피치를 올라서니 의대길을 마치고 막 내려서는 승준의 에코 아~ 하잇!
연맹동기 7명이서 귀바위 테라스에 모여서 우리 아직 죽지 않았슴을 자축하며 한잔씩 나눈다.
그리움이 잔뜩 묻어있는 랜턴 불빛들을 따라 두런두런 옛얘기 나누며 하산.

동곤이와 예전에 벗길을 같이 했다는 정섭이, 승준이를 요세미티에서 한 수 가르쳤다는 기웅이...
예전 바우하던 얘기 나누다보면  연맹과의 유대감이 느껴지는 대목들이 많다.



참 오랜만의 연이은 선등에 약간의 자신감 마저 느껴진다.
요즈음 스포츠클라이밍을 하면서 바위도 범굴암 처럼 15미터 정도의 것들(BAC, 숨은암,수리암등)을 주로 하다보니
인수봉에서 리드가 길어지면 고도감에 언뜻 밀려드는 무서움과 공포감이 만만치 않다.
역시나 마음을 다스리는 길은 끝이 없슴을 또다시 느껴보는 늦가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