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원 근황
2010년 5월 21일~22일 연휴에 간만에 설악산을 찾았다.
지난주에 후배와 술한잔 하다가 의기투합하여 설악산 산행을 하기로 결의(?)하고 코스는 쌍폭골(일명 청봉골)로 잡았다.
이번에 그 계곡을 찾게되면 2번째가 된다.
말도 많고 탈도 많은 그 계곡...
첫번째 산행은 그야말로 초행길로 상당한 심적 부담을 가지고 등반을 했어야 했다.
이번은 두번째이긴 하지만 그럼에도 아직까지도 심적인 부담은 여전하다.
먼저 혼자 서북주능에서 쌍폭골로 첫 하산 당시(2002.8.9)의 산행 기록을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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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략~
날은 약간 어두워지고 앞으로 2시간 30정도 산행이 예상된다.
하산하다 날이 저물면 해먹 위에 판쵸로 지붕을 만들어 자리라 생각한다.
능선에 안개가 끼어 봉우리나 능선들은 거의 보이지 않는다.
비가 오는 건지 젖은 나뭇잎에서 물방울이 떨어지는 건지 옷이 젖기 시작한다.
힘들지 않게 그러나 서둘러 끝청으로 나아간다.
긴장해서인지 허리 왼쪽 근육에 약간의 통증은 있었으나 생각보다 큰 부담은 없다.
길은 그런대로 익숙한 길이었으나 길목 하나하나 기억 나지는 않는다.
끝청 근처에 평평한 숲속의 길. 끝청의 오르막길. 독주골로 내려가는 길 정도가 생각날 뿐.
걸은 시간으로 지도상의 나의 위치를 파악할 수 밖에 없다.
청봉 Base Camp에 도착은 허리만 문제가 없으면 어렵지 않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정확한 쌍폭골(청봉골) 하산길을 찾기 위해 끝청까지 간 다음 다시 거꾸로 되돌아 오면서 우측으로 하산길을 찾기로 머리속으로 그려본다.
주능에서 2시간쯤 걸으니 점점 힘들어 진다.
정강이 아래쪽와 장단지 부분이 계속해서 쥐가 났지만 시간에 쫓겨 최악의 상태가 오지 않도록 근육을 조절 하면서 걷는다.
끝청에 도착할 때까지 사람을 볼 수가 없었다.
안개때문에 주변을 전혀 파악할 수 없는 능선에서 계속해서 지도로 내 위치를 파악한다.
이제 끝청에 다 온 것같은데 아직도 오르막이 시작되지 않는다.
쥐가 나는 횟수가 점점 잦아지고 다리에 상당히 피로함을 느낀다.
끝청의 오르막을 이 짐을 메고 오르기가 쉽지 않겠다는 생각이 든다.
과거 초행길 산행인 경우에도 큰 실수가 없었다는 자신감으로 마음의 위안 삼는다.
쌍폭골(청봉골) 옆 계곡인 백운동 계곡이나 봉정골로 빠지지 않도록 주의를 해야한다.
다만 나중에 끝청에서 중청을 거치지 않고 봉정암으로 직행하는 등반을 시도해 봄직하다는 생각을 해본다.
이미 오르막 길이 한 20분 정도 경과한다.
끝청이 나올때가 됐다는 생각을 하였다.
이 정도의 피로감으로 청봉골 계곡을 제대로 내려갈 수 있을지 걱정된다.
지친김에 길에 짐을 벗어 놓고 맨 몸으로 15분 정도 올라가니 드디어 히멀건 개스속에서 끝청 표지판이 나타난다.
시간은 오후 5시 정각.
날씨가 좋으면 중청을 볼 수 있을텐데 뿌연 개스만이 주변을 감싸고 있다.
비을 흠뻑 맞고 안개속에 갇혀 있으니 물에 빠진 생쥐마냥 처량한 신세다.
온몸이 젖은 상태여서 바람이 부니 한기를 느낀다.
이미 몸에는 추위로 돌기가 돋았다.
끝청에서 되돌아 오면서 등산객 몇명을 처음으로 만난다.
허기도 지고 해서 배낭에서 간식으로 초코찰떡을 꺼내 먹는다.
캬~ 이렇게 맞이 있을 줄이야. 간식으로는 아주 일품이다.
알고 산 것도 아닌데 이 정도라면 점심 대용으로도 충분할 것 같다.
다람쥐가 냄새를 맡았는지 등산화 위에까지 올라 온다.
부스러기를 손바닥에 올려 놓으니 겁없이 손바닥 위에 올라와서 먹는다.
참~고녀석 언제까지나 사람을 두려워하지 않고 살기를 빌어 본다.
다시 짐을 매고 끝청에서 한계령 방향으로 시간으로 거리 계산하면서 조심스럽게 우측에 있을 청봉골 하산길을 찾아본다.
듣기로는 일반 산악회에서도 무박산행으로 한계령에서 등반 쌍폭골(청봉골)로 떼로 하산한다고는 애기 들었는데 찾기가 쉽지 않다.
이제는 더 이상 머뭇거릴 수가 없는 상태다. 응달의 이쪽 계곡은 빨리 어두어진다.
봉정골이 아니라는 확신이 설 때까지 20분정도 되돌아 오다 우측에 희미하게 난 길로 하산을 시작한다.
길 희미한 길을 따라 내려오니 계곡의 물소리가 가깝게 들린다.
내려오면서도 청봉골 계곡이란 확신이 서질 않았지만 어쩔 수 없다.
15분 정도 내려오니 계곡 물가에 약초꾼들이 나무가지로 텐트 형태의 지붕을 만들어 임시주거지로 사용한 터가 나온다.
길을 찾기위해 주변을 살펴보았으나 길은 보이지 않는다.
하는 수없이 본격적으로 계곡을 따라 무작정 내려가기로 마음 먹는다.
계곡은 상당히 좁다.
나무와 넝쿨 바위등이 널부러져 있어 내려가기가 쉽지 않다.
중간 중간 길이 있을 만한 지점에서 계곡 양쪽을 오르내리면서 찾아 보았으나 허사다.
계곡 형태로 보아 애초에 길이 있을 것 같지 않다고 판단 계곡물로 직접 내려가기로 결정한다.
오래전에 쓰러진 직경 1m 정도의 수많은 거목들이 계곡 군데 군데 널부러져 있다.
1시간 경과.
이젠 옷이고 신발이고 배낭이고 몽땅 젖어 무게가 점점 힘겹게 느껴진다.
아직까지 폭포는 없었으나 계곡이 급경사를 이루고 있는 곳은 옆으로 돌고 얕은 물에는 신발을 신은 채 그대로 진행한다.
넘어지지 않으려고 다리에 힘을 주니 쥐가 난다.
큰 나무들에 걸려 넘어진 채로 쥐가 풀리기 기다린 것도 벌써 여러 차례다.
반바지 입은 것이 후회될 정도로 수없이 계곡에서 넘어지고 나무가지에 찢기고 하여 정갱이가 성한 곳이 별로 없다.
이 상태로 가면 언제 청봉골 Base Camp에 도착할 수 있을 지 모르겠다.
그나마도 쌍폭골(청봉골)은 맞는 지도 모르겠다.
이건 완전히 무장공비가 도주하는 형국이다.
계곡이 약간 넓어지는 곳에서 나무숲사이로 멀리 비에 젖어 장승처럼 보이는 검은 바위가 거대하게 서있다.
천불동의 귀면암과 비슷하다.
2시간 경과한다.
날이 좀 더 어둑 어둑해 진다. 비는 아직도 보슬 보슬 내리고 있다.
조금 더 하산하다 해먹 걸기 좋은 장소 나타나면 1박을 하기로 생각하면서 발걸음을 재촉한다.
또 30분 경과한다.
좁은 계곡이 계속되다가 어느 순간 앞에 커다란 바위가 보이기 시작하여 좀 더 가까이 가보니 사진에서 보아왔던 청봉임을 확인한다. 반갑웠다. 그리고 안도감으로 피로가 갑자기 몰려온다.
이제 조금더 내려가면 캠프 사이트가 있을 텐데 오늘 캠프사이트에 야영하기로 한 재학생들이 도착했는지 모르겠다.
운행거리상 재학생들이 늦게 도착할 가능성도 있는데....
재학생들은 끝청~중청~소청~봉정암~쌍폭~청봉 캠프사이트로 오늘 도착 예정이다.
걱정이다.
혹시 재학생들이 계곡옆 윗쪽에 텐트를 친다면 지날칠 수 도 있어 걱정이 든다.
청봉 바위 부근에 도달하니 계곡이 확 넓어지면서 상당히 경사진 바위 위로 계곡이 이어져있다.
내려가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그동안 길이 전혀 없었는데 내려갈 수나 있는지 걱정이다.
가까이 가보니 청봉바위 밑까지 1가닥 자일이 늘어져 있어 바위 밑으로 내려 설 수 있었다.
청봉 바위 밑에 바짝 붙어 돌아가니 어두운 숲속에서 텐트 1동이 눈에 들어온다.
후배 산악반 대장 효성이가 비속에서 텐트 주변을 정리하고 있는 모습이 보인다.
빗속에서 해먹 대신에 텐트에서 잘 수 있게 되니 너무나도 반가웠다.
재학생 총 3명. 시간은 오후 7시 40분. 날은 완전히 어두워지고 비는 줄기차게 내리고 있다.
이하 생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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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산행 일지로
2006.12.30 설악산 서북주능~ 중청 ~ 오색 산행일지...
그때와 현재까지도 몰랐었지만 이렇게 적어 놓고 보니 당시 하계에 한 것이라곤 짐 옮긴 일 뿐이 없었었던 것 같다.
당시 산악반의 중흥기(?) 한 복판에 있었다는 좋은 시절에 대한 향수랄까?
끝청까지 오면서 그동안 우리들을 고생시켰던 청봉골로 빠지는 능선 초입부를 확실하게 해두기 위해 확인 또 확인하여 결론을 내린다. 다음과 같이...
끝청은 여름이나 겨울이나 확실하게 보인다.
끝청을 오르기 위해 경사가 갑자기 급해지는 곳 길 옆에 큰 집채 만한 두꺼비 같이 누어 잇는 바위가 있다.
이곳에 도착전에 능선상에 약간 높은 곳이 있는데 지도상에선 그곳은 봉우리 형태로 되어 있다.
그 봉우리와 집채바위 사이에 가장 낮은 안부가 바로 청봉골 하산 지점으로 보인다.
그곳에서 능선길 왼쪽(한계령~끝청) 직각으로 하산을 하는데 그 하산 초입부는 완만한 경사지다.
수직으로 내려가면서 가급적 왼쪽으로 떨어지는 형태여야한다.
무슨 보물지도 같네....
이하 생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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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산행일지를 참고하여 이번에는 쌍폭골 하산지점을 확실하게 해 둘 생각이다.
이번에도 역시 끝청에서 거꾸로 시작한다.
끝청직전 오르막 끝지점에 집채만하고 두꺼비 같이 누어 있는 커다란 바위가 있다.
거기서 부터 오던 길 반대로 걷는다. 가장 평평한 곳 근처에 오니 나무가 아치형으로 되어 있는 곳에 쉼터가 있다.
그 곳을 지나 바로 다음 쉼터가 나오는데 그 곳은 커다란 나무가 등걸을 보인체 넘어져 있다.
이곳이 쌍폭골(청봉골) 하산 지점이다.
되돌아 오면서 나무 등걸이 넘어져 있는 곳을 왼쪽으로 돌아 길이 희미하게 나 있는데 계곡쪽으로는 금새 길이 사라진다.
한계령을 올라 오면서 다른 산행팀의 표식기를 회수하여 그 초입에 서 있는 나무가지에 표식기 2개를 나란히 매달아 놓았다.
계곡으로 하산 초입은 전혀 길이 없다. 8년전에는 희미하게나마 길이 있었지만...
이번에 가보니 초입에만 잠깐 보이고 그 이후는 전혀 길이 없다. 무성한 부쉬가 앞길을 가로막는다.
한 20~30분 완만한 경사지를 물길 흔적을 쫓아 내려가면 심마니들이 구축한 야영터가 나온다.
매우 오래전에 설처한 것이라 구들까지 갖추어 놓았다. 옆에 멋진 소나무가 서있는데 그 곳에 심마니들이 제단을 만들어 놓았다.
이곳이 바로 계곡 물이 시작되는 지점으로 보인다.
8년전과의 차이점으로 이번에는 비가 오지 않았던 것과 일행이 있었다는 점 그리고 짐도 가벼웠던 점...
그리고 자일이 걸려 있는 청봉으로 내려서는 지점이 과거에는 엄청나게 위협적이었는데 이번에는 생각보다 위협적이지 않았다는 점
그리고 산악부 전용 켐프사이트 아래에서 쌍폭으로 하산하는 부근이 과거 산행에는 표고차가 한 300m정도로
상당히 위험하고 파른 것으로 으로 알고 있었는데 이번에 가보니 표고차가 한 80m정도로 규모가 훨씬 적었다.
또한 폭포 상단에 위험한 구간이 있었던 것으로 기억이 나는데 이번엔 중간 중간 자일이 걸려 있어서 그런지
전혀 위험한 구간이 없었다는 점.
쌍폭 상단부분 탕이 있는 곳에서 계곡을 건너야 하는데 그 곳에서 쌍폭의 철계단을 지나는 등산객이 보였다.
아뭏튼 이번에 1박임에도 설악산 중심부인 쌍폭골(청봉골)을 등반할 수 있었다는 것에 놀라울 따름이다.
아쉽게도 1박하고 하산하였지만 다음에는 계곡에서 하루를 완전히 휴양하는 기분으로 하루 더 머무는 것이 좋을 듯하다.
오랫만에 빡센 산행을 하니 상당히 피곤하다. 그럼에도 기분은 좋다. 다음 산행은 어디로 가볼까나?


형님 부럽네요.. 누구랑 같이 가셨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