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상 : 설악산 청봉골 암장, 봉정암에서 오세암 종주
일시 : 2010년 7월 31일 - 8월 2일
참여 : 홍원표(85), 김승준(89)

모처럼 청봉골 암장 등반을 목적으로 하는 설악산 등반을 시작했습니다. 원표형을 픽업해서 출발한 시간이 6시 30분. 새로 개통된 서울춘천고속도로가 벌써부터 막혀 있습니다. 고속도로를 포기하고, 남양주 덕소 방향 국도로 빠져나와 양평 지나서 홍천 거쳐 원통에 도착한 시각은 11시경. 원통에서 YB들의 영양보충을 위한 고기를 삼겹살과 목살로 넉넉히 사고, 정육코너 아주머니 배려로 얼음팩으로 단단히 포장했습니다. 3시간 정도 지나면 상할지 모른다는 당부의 말씀 덕분에 우리는 점심도 빵쪼가리로 때우고, 청봉골로 내달렸습니다. 휴가객들이 많아 용대리에서 좀 기다렸다가 셔틀을 탔고, 백담사 도착. 본격적인 산행 시작입니다. 원표형과 저. 모두 상당한 무게지만, 영시암까지는 무난히 도착했습니다. 다음은 백운동 입구까지. 짐 무게가 상당한데도 원표형은 상당한 속도를 유지했습니다. 백운동에서 청봉골까지는 오르막이고, 계단길이라 한걸음 한걸음 천천히 내딛을 수 밖에 없었습니다. 청봉골 초입에서 부쉬를 치며 드디어 우리의 베이스 캠프에 도착했습니다. 넉넉한 반석은 항상 우리를 반기는 것 같습니다.
우리의 짐을 부리고 정리하고 있는데, YB들이 암장에서 내려왔습니다. 푸릇푸릇한 리더로써 최선을 다하는 병준. 오늘 1코스에서 다소 고전한 흔적이 역력한 범석과 우영. 모든 것에 낯설어 하는 일학년 두명. 그리고, 의외로 생생한 활기에 차있는 세화와 화영. 그리고, 왔다갔다하며 이것저것 챙기는 일호. 오랫만에 많은 쪽수의 재학생들과 반석 위에서 모든게 풍요로운 저녁을 맞았습니다. 저녁식사 후, 타오르는 모닥불과 함께 삼겹살 구이, 쉐프 원표형의 솜씨가 돋보이는 목살 스테이크가 돌판에서 익어갔습니다. 넉넉한 술, 풍부한 안주거리는 지쳐있는 YB를 재충전시키고, 모처럼 청봉골을 찾은 우리 OB도 반석위에서 타오르는 모닥불마냥 활력에 충만했습니다.
다음날 서강의 클라이머들은 우선 독립봉 암장으로 모였습니다. 독립봉 코스는 1피치지만, 등반길이는 50m이고, 페이스 등반이어서 최근 톱로핑 방식으로 등반이 이루어지고 있는 코스입니다. 개척의 주도적 역할을 한 분은 원표형 그리고, 상열입니다. 로핑으로 한명씩 등반을 해보고, 기존의 2코스를 등반하기 위해 우영-원표형-병준-동주(일학년)-승준이 출발했습니다. 우영곡절 끝에 스타트 지점을 찾아서 등반을 시작했습니다.암장에 올라서기 위한 오프로치 부분인 1피치와 비교적 스탠스와 홀드가 많은 2피치는 무난했습니다. 하이라이트는 3피치였습니다. 인수봉과는 다르게 등반자들이 없고, 순수하게 바위를 대하는 안목으로 길을 찾아가야 하는 설악의 청봉골 바위길. 이러한 등반의 경험이 없은 우영은 개척등반하는 느낌으로 등반을 했을 것으로 느껴집니다. 원표형의 루트파인딩에 힘입어 모두 모처럼 살떨리는 등반을 마쳤습니다.
3피치 출발 지점은 구형 볼트 3개가 확보로 있습니다. 오른쪽 3시방향으로 7-8m 슬랩등반을 한 후, 다시 오른쪽으로 미세한 밴드형 크랙을 따라 내려옵니다. 내려온 다음 바위에 파져 있는 구멍홀드를 잡고 오른 후, 다시 아리카리한 스탠스에서 버틴 후 상단을 바라보면 서너개의 볼트가 연이어 있음을 볼수 있습니다. 볼트길을 오른 후 좌측 천장 테라스로 진입하면 3피치 등반은 마무리 됩니다. 4피치는 주봉 천장과 같은 인공등반입니다. 우리는 천장 테라스에서 하강을 했습니다. 예전 93년도에 신형볼트 2개를 설치해 하강을 할 수 있도록 했고, 중간에 한번더 하강을 해서 내려올 수 있었습니다.

수고했다! 우영! 너의 진정 절박한 모습을 여기에서 봤고, 그리고, 이러한 바위길을 선등한 너의 희열도 볼 수 있었다. 축하한다!

모두 최선의 하늘였기에, 모닥불 주위에 모인 얼굴은 환한 달덩이처럼 보였고, 산노래와 건내는 술잔으로 모두가 하나였습니다. 원표형을 필두로 한사람 한사람 반석에서 꼬구락졌습니다.

이젠 계획상 YB는 공룡능선을 종주하기 위해 청봉골을 떠나는 날입니다. 비가 간간히 내려는 베이스캠프를 철수하고 청봉골 철다리까지 내려왔습니다. 암장비를 모두 짊어진 우영과 일호는 봉정암까지 같이 가자는 우리의 말에 기겁을 합니다. 용대리에서 다시 만나기로 하고, 우영 일호는 수렴동계곡으로 철수를 하고, 원표형과 저는 봉정암까지 YB와 함께 했습니다. YB들과 함께 봉정암 절밥을 얻어 먹었습니다. 이젠 서로 갈길이 다릅니다. 원표형과 저는 가야동 계곡 방향을 통과하는 봉정암-오세암 길을 경쾌하게 걸었습니다. 다소 오르내림이 있는 길이지만, 배낭도 가볍고 몸도 가벼워 걷기 좋은 속도로 걸어 내려왔습니다.

살있거라! 설악아! 내 다시 오리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