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원 근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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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바위하고 싶다 따가운 햇볕에 데워진 바우의 온기를 손끝에 느끼며 인수에 서고 싶다 도봉에 안기고 싶다
아~ 날카로운 첨봉으로 이어진 릿지에 서고 싶다 설악의 천화대 칠형제봉이면 더욱 좋고 인수의 암릉이라도.
시야의 초점이 끝간 데 없이 푸른 창공으로 사라지고 부드러운 바람이 내 옷깃을 파고드는 그 바윗길에 다시 서고 싶다
그 젊은 날의 헤르만 불이 인스브룩 산악반 악우들과 빌더 카이저의 암봉들을 헤집고 다니듯이
우리도 그 파랗게 젊디 젊은 날 인수봉 선인봉을 올랐었지 강의가 있는 날은 서강언덕 붉은 벽돌집의 벽을 트래버스하고 처마끝 오버행을 꺽으며 즐거워 했었지
아~ 돌아가고 싶다 그리운 그 시절 그 마냥 파랗기만 하던 그 날들이여
올해 초 잔설이 분분한 수동계곡의 주금산을 오르며 허접한 느낌을 아무 생각없이 이리 뇌까렸었는디
죽음을 향해 걷는다
거친 숨을 몰아쉬며 사뭇 무릎 위까지 휘감기는
하얀 수의를 걷어내며 걷는다
결국은
가야할 길이었슴을
또 잠시 잊었었나보다
허나
지금 다시 너 죽음을 향해 섰구나
애써 외면해왔던
그러나 또 자주
잊혀질만하면 맞닦뜨리곤 했던 너
오늘은
온통 하얀 수의를 걸치고
처연한 아름다움 마저 깃들인 채
시퍼런 코발트빛 장막을 드리고서
두팔을 벌려 우릴 맞아드리려 서 있구나
...
하, 죽음?
흐미 이 징한 것?
아, 주금!
새파란 하늘을 가르며 하얗게 솟은 뫼뿌리!
이제 다시 주금산이 첫 하얀 수의로 몸을 감싸려할 때 쯤에 거길 다시 가야만 하게 되었고나
주금산 서리산 축령산으로 둘러싸인 요양원에 들어가 또다시 삶과 죽음을 반추하게 만드누나
형과 누나와 매형, 아버지와 어머니
후배 용범이 산우 치봉이 동창생 반형광이… 앞서 간 이들을 생각하며 누구나 가야 할 그 길을 다시 생각해 보는 하루다
오늘도 역시 내게 허락된 생애 중 찬란하고 귀중한 첫 날이어라.
거친 숨을 몰아쉬며 사뭇 무릎 위까지 휘감기는
하얀 수의를 걷어내며 걷는다
결국은
가야할 길이었슴을
또 잠시 잊었었나보다
허나
지금 다시 너 죽음을 향해 섰구나
애써 외면해왔던
그러나 또 자주
잊혀질만하면 맞닦뜨리곤 했던 너
오늘은
온통 하얀 수의를 걸치고
처연한 아름다움 마저 깃들인 채
시퍼런 코발트빛 장막을 드리고서
두팔을 벌려 우릴 맞아드리려 서 있구나
흐미 이 징한 것?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