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B 대장에게 토요일 가겠다고 약속 하고 나서 뭔가 허전하다. 같이 갈 선배, 후배가 이렇게 없다니..

오비등반담당(?)인 원표에게 전화를 걸어본다. 역시 바쁘다. 아참, 오비 회장형에게 보고를 안했구나.

혹시 후배들 막걸리 값이라도 챙겨주면 좋겠다는 얄팍한 머리도 작용했다. 아니 희소식이다. 성교형뿐 아니라

해양이형과 75학번인 영록이 형도 같이 산행을 계획하고 있다. 역쉬....

 

토요일 6시 20분 잠실5단지 성교형 집에서 나,성교형, 영록이형,해양이형 이렇게 넷이서 출발.

경춘고속도로가 생겨 시간은 짧아졌지만 국도를 가며 스쳐지나가는 경치를 보는 낭만은 없다. 그간의

근황과 시사문제로 의견을 주고 받으며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운전..  한계3거리 도착하여 아침

먹고 영록이 형은 한계령에서 비선대로 들어가시겠다고 하여 용대리가 아닌 한계령으로 간다. 9시30분

쯤에 영록이 형은 한계령에서 출발. 남은 우리는 양양으로 돌아서 설악산 입구에 10시에 도착.

스쳐지나가는 동해의 푸른바다는  늘 인상적이다...

 

평소 산악반 모이는 시간에 설악에 와있다는 사실이 실감나지 않는다. 참 좋아졌구나. 시간적으로는...

비선대산장으로 가는 길이 쉽지않다. 후배들 잘 먹일려는 성교형의 마음이 나에게는 엄청난 무게와 부피의

식량으로 와닿는다. 이상과 현실 사이에 몸뚜아리가 있다. 막걸리나 10통 사갈려는 마음이 쏙 달아난다.

 

짐풀고 바로 형제바위골로 직행. 눈이 거의 없고 가뭄이다. 거의 흙만 있는 형제바위골...83년 겨울 이후에

한번 정도만 산행 기억에 있고 근 25년만에 처음인가.. 무척 가까운 거리였다고 기억하는데, 사태도 많이 났고

영 낯설다. 포근했던 계곡들은 기억에만 존재하고 무너지고 황폐해가는 계곡만이 남아 있다. 12시 조금

넘어서 도착. 3개 팀이 있어서 붐빈다. 씩씩한 모습의 병준이와 범석이가 날렵하게 오르고 있다. 3단으로

이루어져 있는 모습은 똑같고, 얼음 상태가 별로 좋아 보이지 않는다. 후배들은 중간부분까지만 올라가

톱로핑으로  연습중. 바람이 많이 불고 무척 춥다. 모닥불 주변에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고 라면 끓여 먹고

해양이형도 한번 붙으신다. 장비가 제일 좋다. 자세도... 나는 신발이 없어서 양보하고(?) 후배들에게 기회를

준다. 나중에 엄청 후회...  

 

 마지막 정리를 위해 범석이가 한번 더 올라가고 여자 후배들과 형들은 먼저 내려 보낸다. 그 이후는 비선대에서

낭만적인 밤.. 병준이 말대로 '아름다운 밤', '감사하는 밤', '행복한 밤'을 보냈다. 난 개인적으로 술을 너무 먹어서 그

다음날 무척 힘들었다.

 

 후배들은 철수하고 범석이는 토왕골 정찰할 겸 형들과 출발. 입구에서 배낭을 맡기고 가벼운 마음으로 등반.역시 20년

만인 토왕골. 이곳도 눈이 거의 없고 산태난 흔적도 많다. 84년 토왕폭 할 때 베이스캠프 자리를 보며 옛 기억도 더듬어

보고, 종태형이 잘라냈던   한아름의 소나무 등걸도 그대로 있다. 토왕폭 하단까지 어렵게(?) 진입,, 오래간만에 하단에

서서 토왕폭의 위용을 느낀다. 하단과 상단에 각각 2명씩 등반 중이다.  범석이는 빙폭의 크기를 보며 새삼 놀라는

눈치다. 데리고 오기를 잘했다. 눈높이와 목표는 커야 하는 법..우측 벽으로 올라가는 길을 알려주려고 함께 등반했다.

 

 1박2일의 산행 치고는 알차고 재미있었던 산행이었다. 근 아침 10시쯤  한계령에서 출발하여 5시쯤 도사같이(?) 나타나는

영록이형의 구력도 만만치 않았고, 8발자리 허술한 아이젠으로 토왕폭 하단까지 거리낌없이 올라가는 성교형과 해양이형의

내공과 담력(?)도 대단했다. 살어름이 약간 덮인 벽을 빙벽화를 신고 올라가는 범석이에게도 많은 가능성이 보인다.

기쁘다. 함께할 수 있어서.. 산이 있어서..그리고 수많은 추억을 떠올릴 수 있어서.. 앞으로 더 많은 추억을 만들 것을

기대하며 함께 해주신 형들과 후배들에게 감사...

 

 나는야  산이 좋더라.

추억과 우정이 쌓이는 

설악

설악산이 좋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