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원 근황
역시 희망적이게도 체육대회날 비가 왔습니다.
역시나 우려스럽게도 올 사람은 다 왔더군요.
회장된 게 무슨 죈지 연신 하늘 보며 노심초사하는 성교형.
동기 회장 둔 죄로 비오는 날 체육대회도 와 본다는 낙진형.
여기서 뛰어 보는 게 몇 년만이냐며 오자마자 축구화끈부터 매는 영준형.
말로는 선생 노릇 30년이 넘었다면서 얼굴은 하나도 변하지 않은 진구형.
대화 사이에 끼여드는 게 비행기도 있구나를 처음 알게 해준 비행소년 영기.
성별이 바뀌어도 모습은 하나란 걸 알림 차, 지 판박이 아들딸 대동하고 나타난 강오. (그래도 꺼한 건 안 닮았더라)
아이들이 아이들이 아니란 걸 이제야 알겠다는 선생 발령 3개월차 원석.
실연의 아픔이 잊을만해서 이제 다시 돌아온 민정.
떠들지 않는 아줌마도 있다는 걸 보여준 다소곳한 연주.
항상 너털웃음 세천형.
망가지기 전의 말쑥한 모범 공무원의 표상 오기형.(지켜보지는 못했지만 모처럼 동기모임에 영준형 왔으니 걱정이 앞서되요.)
그 외 반가운 얼굴 등등
그리고 싱싱한 와비들.
역시 희망적이게도 비오는 운동장을 바라보며 술은 잘 돌았습니다.
역시나 우려스럽게도 이런 날 홀딱 벗고 한판 뛰어야 한다는 세천형 표효와 더불어 다들 우르르 철퍽이는 진흙밭을 뛰었습니다.
뛰면서 저는 생각했습니다.
무식한 강원도 사람들도 비오는 날 공은 안 차는데...
역시 희망적이게도 비와 체육대회는 아무 상관이 없다는 게 밝혀젔습니다.
역시나 우려스럽게도 눈오는 날 체육대회 날짜를 골라 잡아도 그 인간들을 어김없이 볼 수 있다는 불길한 징조가 있습니다.
희망을 우려로 만드는 일.
그게 우리의 저력 아니겠습니까.


한 편의 시 같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