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님들 아우님들 잘들 계시지라
초추의 양광조차 슬프게 느껴지는 작금의 지 품새를
생각허면 그나마 세월의 덧없음을 갈켜주는 산천초목이
위로가 되부러 잉 나두 지금 내가 뭔수작 허는지
모르니께 그냥 그러려니 냅두구서리...
요즘은 널린게 시간이닝께
백수들의 영원한 요람(?) 묏부리들 오르는 게 삶의 전부인기라
돈 애끼며 지내야허니께 일타삼피(^^!)맹키로 몇개의 산자락 이어가며말시
어제는 명지산 연인산이면 그제는 운길산 예봉산 따위로 말시
동서남북 전철로 이어진 곳은 이제 끝간데 꺼정 흰머리 날리며 다 섭렵했응께
이제 삶은 달걀 깨며 시외빠스 타는 정취로 한발짝 넓혀가는 중이당께로
박삿갓 흉내 냄시 헛소리 그만 접구
우리의 영원한 로맨티시스트 김삿갓 행님 왕년 싯구절 한자락 들어 봄세
  


평생에 여가 없어  이름난 곳 못 왔더니

백수가 된 오늘에야 안양루에 올랐구나



그림 같은 강산은 동남으로 벌려 있고

천지는 부평 같아 밤낮으로 떠 있구나



지나간 모든 일이 말 타고 달려온 듯

우주간에 내 한 몸이 오리마냥 헤엄치네



백 년 동안 몇 번이나 이런 경치 구경할까

세월은 무정하다 나는 벌써 늙어 있네.

 

평생미가 답명구(平生未暇 踏名區)
백수금등 안양루(白首今登 安養樓)
강산사화 동남열(江山似畵 東南列)
천지여평 일야부(天地如萍 日夜浮)

풍진만사 홀홀마(風塵萬事 忽忽馬)
우주일신 범범부(宇宙一身 泛泛鳧)
백년기득 간승경(百年幾得 看勝景)
세월무정 노장부(歲月無情 老丈夫)